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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용어와 편견, 편견과 용어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용어입니다. 용어를 정하고, 용어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공부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작은 반입니다. 용어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용어는 공부의 시작이면서, 자신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용어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용어가 등장하면 우선 궁금증을 갖고 물어야 합니다. 이 용어가 적당한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지. 언어교육과 관련된 용어도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용어는 그 말 때문에 편견이 생깁니다. 그것도 문제입니다. 용어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용어 때문에 이미 선입견을 갖고 다가간다면 올바른 학문을 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용어는 관습이라고 이야기할 겁니다. 어떤 용어는 다른 사람이 쓰기 때문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나 변명이 공부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용어를 쓰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저는 용어가 나오면 계속 묻습니다. 내 생각을 가두는 용어는 아닌지, 나를 편견 속에 빠뜨리는 용어는 아닌지 궁금해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내 사고의 폭은 넓어집니다. 의심은 나를 키웁니다.     귀화라는 말은 늘 고민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귀화했다고 하는데 귀화라는 말은 돌아와야 성립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외국에 가서 살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면 귀화라는 말이 맞지만, 원래 한국에 살지 않았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한국 국적을 따는 것을 귀화라고 하면 어색합니다. 귀화어라는 용어도 어색합니다. 외국어이지만 한국어 속에 완전히 동화되어 외국어인지도 모르는 말을 귀화어라고 합니다. 김치, 붓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말도 돌아온 말은 아닙니다. 귀화라는 표현이 왜 쓰였을까요?   귀국이라는 말을 보면 귀는 돌아오는 게 맞습니다. 돌아올 귀라고 해석도 합니다. 그런데 귀화라는 말을 찾아보면 돌아오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임금님이 덕으로 다스리면 이웃 나라의 백성이 감화를 받아서 그 나라로 몰려옵니다. 그 나라의 백성이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겁니다. 학정을 피해서 덕치 국가로 찾아가는 겁니다. 그러한 것을 귀화라고 했습니다. 즉 돌아간 것이 아니라, 그 나라 백성이 되기를 청하는 겁니다. 물론 귀화를 받아들인 나라에서도 차별은 없었을 겁니다. 귀화나 귀화어는 그런 개념입니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살고 싶다고 청하는 것이 귀화이고, 한국어 속에서 구별되지 않게 자리 잡은 말이 귀화어입니다. 모국의 어려운 사정으로 난민 심사를 신청하는 것도 귀화 신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도입국자녀라는 말도 심각합니다. 이 말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가 아니라 학생 시절에 한국에 들어온 아이를 말합니다. 성인도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듣기만 하여도 부모가 이혼 후 재혼 가정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보통 이혼 후에 전 배우자의 자녀와 함께 한국으로 입국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숨기고 싶어도 중도입국자녀라는 표현만 들으면 문제가 드러나게 됩니다. 요즘은 학령기 이주 청소년 등의 용어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라는 용어도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결혼을 통해서 경제적 사정을 바꾸기 위해서 입국한 사람이 연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연상 속에는 일반적으로 남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교적 선진국에서 온 경우에도 결혼이민자라는 범주에 넣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주 여성이라는 용어로 폭넓게 보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주 여성이라고 하면 이주 남성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도 이주 노동자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근로자와 노동자의 정의만큼이나 어려운 논의로 보입니다. 용어에는 관점과 철학이 담기기도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용어 편견 용어 때문 귀화 신청 편견 편견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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